나폴리탄 접시 넷.

거리에 할머니가 짐보따리를 들고 웅크리고 앉아있었다.
그 모습을 본 어떤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 중년 남자가 소스라치게 놀라며 울부짖었다.

사람들은 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.
나는 편의점 앞 구석에서 단것를 먹으며 그것을 지켜보다가
남자를 떠올리고 덤벼들었지만

그 중년 남자는 할머니의 짐보따리를 차도에 던졌고 짐보따리는 17.5톤 트럭에 깔려 산산조각나버렸다.
할머니는 남자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끔찍한 저주의 말을 퍼부었고
남자는 등 뒤를 잡고있는 나에게 뒤돌아보며 짧게 세마디를 했다.

나는 그 순간 하늘 위에 떠있는 3개의 태양을 보았다.
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.
그 짐보따리에는...

아니 잠깐, 그것은 분명 착각이 아니었을까.

정신차린 순간 내 등 뒤에 할머니가 칼을 꼽고 미친듯이 웃고있었다.
그녀도 남자가 말한 것과 똑같은 말을 했다.

"이 망할 놈의 XXXX"

내 등 뒤에 할머니가 미친듯이 웃고있었다.
남자도 미친듯이 웃고있었다.
트럭도 미친듯이 웃고있었다.

나는 웃음 속에서 깨달았다. 나는 XXXX였다고.

by 백합 | 2009/09/10 15:25 | 나폴리탄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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